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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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2019
잉크젯 프린트, 갱지, 비닐봉투, 고무화분
4월 27일
비 오는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오래된 청과물점이 대형마트와 눈싸움 하듯
마주보고 있는 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주본 길을 걷다가
눈에 들어온 생경한 모습 하나
청과물 점에서 파는 3000원짜리 꽃
고무 화분에 담긴
이름도 모를 꽃
저런게 팔리긴 할까 싶은 꽃
그런 꽃을 난
3000원을 주고 사왔다
청과물 점 옆 치킨집 봉투에 담겨 팔린
내게로 왔다.
억지로 담겨 팔린 꽃을 방해하는
후라이드 치킨 봉투가 거슬려
햇빛이 잘 보이게 만들었다
넌 따뜻해질까
너가 더 좋은 곳으로 생각할까
말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비 오는 낮
난 너를 바라보기만 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었다.
너가 더 잘 자라면
너가 더 따뜻해지면
행복할 것 같다.
난 그저 너를 바라보기만 한다.
4/28
거실에서 바라본 너의 모습이
청과물 점에서 본 그 모습과 다름없다
가끔 산책하는 아파트 단지 뒤
숨겨진 꽃길
너와 같은 꽃들이 있는
그곳으로 널 보내야겠다.
비가 이젠 오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다.
꽃길 사이에 난 공간에
손으로 흙을 팠다.
비가 온 후라 그런가
흙내음이 맡아진다.
이제 널 여기에 보낸다.
너가 있기에 더 자연스러운 곳에
청과물 점이나 아파트 보다 더
너에게 어울리는 이곳에
너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
너가 원래 있던 곳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6/21
오랜만에 이 길을 걸어본다.
이제 꽃도 다 사라지고
파릇파릇한 풀만 있다.
너도 이 풀 속에 있을걸 안다.
너가 잘 있을까
널 오랜만에 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옮겨졌을까
벌써 초여름이다
날벌레 소리가 귀를 괴롭히고
풀들이 무성해진 날
다른 곳으로 가 있을 너가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