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작업 설명서
- 진행중인 다시 바라보기 연작에 대해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다고 담백하게 말할 수 있는 현실이란 가족과의 생활, 친구들과의 술자리, 일하러 나가는 길목의 하늘과 같이 거창하지 않은 경험과 시선들이다. 익숙한 현실은 지나간 날이 되지만 과거는 미래와 교집합을 만들며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서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걸 알기에
나에겐 익숙한 이런 대화와 자리, 풍경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반복해서 사진을 유희적으로 찍을 수 있는 환경은 저장된 사진의 수만큼 감정과 기억을 조각나게 한다. 그렇게 가벼워진 현실의 대상들은 실제와의 거리감을 만들고 진솔함과 멀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친숙한 인물과 풍경을 찍은 사진은 박제된 시간과 기억만을 불러내지 않는다. 당연한 듯 사진에 노출된 이들의 시선은 나에게 잠시나마 지금 마주하고 경험하는 현실의 중력에서 떨어지게 하고, 감춰졌던 인상들을 현실에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기에서 순간적으로 샘솟는 날 선 감정과 불안한 느낌은 나에게 생경한 모습의 현실을 재인식하게 한다. 어딘가 시리고 낯설게 드러난 그림들은 평상시 인지하지 못했던 작은 움직임을 드러낸다. 어찌 보면 나는 사진과는 또 다른 기록을 미련하게 하는 듯하다. 나는 이 기록의 과정을 지속한다. 이렇게 남게 된 그림들이 그림의 무엇에 가까운지, 사진의 무엇과 가까운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쏟아내듯 그림을 그려내는 이유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현실 위에 내가 불안정하게 있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며 계속 마주할 이 과정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 무엇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하지만 지속해서 불안함과 생경한 감정의 현실이 나를 감도는 것이 선명함을 알기에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임을 확신한다. 내가 느끼는 친숙함으로 표출되는 허무와 불안의 수사가 현실에 망각하게 된 것들의 움직임들을 잠시 바라보게 하고 되찾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2024
Work description
- About the ongoing Looking Again series
Right now, the reality that I can honestly say I am looking at is experiences and perspectives that are not grandiose, such as life with my family, drinking with friends, and the sky on the way to work. Familiar reality becomes a thing of the past, but the past intersects with the future and forces us to face reality. Because I know that someday we will meet again and share the same stories and laugh.
There are times when these familiar conversations, places, and scenery feel boring to me. However, an environment where photos can be taken repeatedly and playfully fragments emotions and memories as much as the number of photos stored. The objects of reality that have become so light create a sense of distance from reality and distance from sincerity. However, photos of familiar people and landscapes do not only bring back stuffed times and memories. As if it were natural, the gaze of those exposed in the photo made me, even for a moment, fall away from the gravity of the reality I was currently facing and experienced, and brought back hidden impressions to reality. As if it had been there from the beginning.
The sharp emotions and anxious feelings that arise momentarily from drawing make me re-aware of the reality of an unfamiliar aspect to me. The paintings that appear somewhat cold and unfamiliar reveal small movements that are not normally recognized. In some ways, I seem to be fond of recording something different from photography. I continue this process of recording. I don't know what the remaining pictures are closer to, a painting or a photograph.
The reason I continue to pour out pictures is because I am unstable on an indescribable reality. I don't know specifically what it means to leave a picture of this process that we will continue to face as we live our lives. However, I am confident that this is the most important thing to me because I clearly know that the reality of anxiety and unfamiliar emotions continues to surround me. I hope that the rhetoric of futility and anxiety expressed through the familiarity I feel will serve as an opportunity to briefly look at and recover the movements of things that have been forgotten in reality.
2023
개인전
〈빙〉
어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간들 밖에서 걷고 있다. 시간을 보낸다는 건 날 때 부터의 시간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각자의 시간 가운데 발걸음이 멈추는 곳에서는 서로의 시간이 잠깐 겹쳐진다. 우린 그 안에서 자주 맴돈다.
그럼에도 흐른다는 것은 세계의 속성이다. 강민재의 그림은 이 세계에서 나뭇가지에 걸려 갈라진 물줄기 위에서 빙빙 도는 작은 나뭇잎이다. 흐르는 것들 사이에서 흐르지 않는 작고 너저분한 현재. 그림은 아무리 얇아도 현재에 있다. 이 그림의 시간 안에선 그게 풀이건 사람이건 같은 크기로 남아있다. 같은 크기의 붓질로 화면 전체를 채운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머물지 않을 곳에 대한 잠깐의 애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그림들은 투박하고 특별하지 않은 나뭇잎을 고르고 코팅해서 책 사이에 껴놓는 일과 비슷해 보인다. 썩어야 할 것을 반짝이에 하는 건 이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럼에도 화면의 경계들은 작가가 영원한 것을 바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벽은 그림이 더 이상 걸려있지 않아도 남아있다. 그리고 그림의 틈 사이로 보이는 벽은 굳이 이 사실을 상기시킨다. 결국 찰나를 그렸던 그림은 다시 찰나가 된다. 우리는 이런 시간들 속에 산다. 이 시간은 흐른다.
2023
Solo Exhibition
〈Being〉
Some time does not pass. And we are walking outside these times. Passing time means continuing to move away from the time from when you were born. In such a place where each person's steps stop, their times briefly overlap. We hang around there often.
Nevertheless, flowing is a property of the world. Minjae Kang's painting is of a small leaf in this world, hanging on a tree branch and spinning on a split stream of water. A small, messy present that does not flow among flowing things. A painting, no matter how thin, is in the present. Within the time frame of this painting, whether it is grass or a person, it remains the same size. Filling the entire screen with brushstrokes of the same size may be a momentary affection for a place that will not stay forever.
So these pictures seem similar to the task of selecting crude, unremarkable leaves, coating them, and placing them between books. The reason we put glitter on something that should rot is probably in the hope that it will last a little longer. Nevertheless, the boundaries of the screen make us think that the artist does not wish for something eternal. The walls remain even when the paintings are no longer hanging. And the wall visible between the gaps in the picture is a reminder of this fact. In the end, a picture that was drawn for a moment becomes a moment again. We live in these times. This time passes.